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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초 약속이 많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음식점들을 많이 방문 했었는데 시간이 없어 글을 올리지 못하다가 한꺼번에 밀어 올리게 됩니다. 이전 직장의 동료들과 송년 행사를 위해, 역삼 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양꼬치를 먹으러 경성 양육관을 갔었는데, 자리가 없이 만석이라 다른 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인기가 있는 장소인 것은 알았음에도 예약을 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역삼역 GS타워 뒤편에 있는 골목에는 음식점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동네를 한번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독특한 분위기의 김치 찜 집이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곳의 이름은 “아낙”이었습니다. 입구의 분위기도 조금 이색적이긴 했습니다.
김치 찜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는 김치 찜 집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마치 이탈리안 레스토랑 또는 커피숍을 떠오르게 합니다. 김치 찜 집이라고 해서 항상 허름한 골목에 허름한 지붕 그리고 허름한 내부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반전을 제공합니다. 음식 맛도 그런 반전이 있기를 바라면서 들어섰습니다.
자리를 잡고 주위를 둘러보니 독특한 시스템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계란 후라이를 마음대로 본인이 만들어 먹는 코너였습니다. 그리고 밥도 무료였습니다. 사실 김치 찜을 먹으면 밥 한 공기를 쉽게 뚝딱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런 서비스는 좋게 보입니다. 그리고 김치국물에 계란 후라이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3명이 먼저 모여있었기 때문에, 계란 후라이를 3개 만들어 보았습니다.
밑 반찬으로 파김치가 있습니다. 매우 잘 익은 상태입니다. 밥솥에 있는 밥을 퍼다가 척 얹어먹으면 맛이 있을 것 같습니다. 술은 일품 진로로 시켰습니다. 처음 마셔보는 것인데 언더락으로도 마신다고 합니다. 계란 후라이와 파김치를 안주 삼아 한잔 마셔보았습니다. 소주와는 매우 다른 느낌입니다. 향도 좋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원액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강남에서 매우 인기가 좋은 술이라고 합니다. 판교에만 붙어 있다 보니, 트렌드에서 많이 뒤쳐지나 봅니다.
안주를 탕수육을 시켰다고 합니다.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김치 찜을 먹으로 간다고 해서 왔는데, 탕수육을 시킨 것도 의아했지만, 김치 찜 집에서 탕수육을 파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찍 먹인데 그냥 부어서 나왔습니다. 맛은 옛날 탕수육 느낌입니다. 하지만, 부 먹이다 보니 탕수육 스킨이 눅눅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찍 먹이 가능할 수 있으니 다음에 가게 되면 소스는 따로 달라고 해볼 요량입니다.
이 집의 메인 메뉴인 김치 찜이 나왔습니다. 상당히 심플하면서 김치 찜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기가 큼직한 편이었기 때문에, 가위로 잘 잘라서 김치에 싸서 먹었습니다. 좋은 김치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사실 김치 찜은 좋은 김치만 있다면 더 이상 필요가 없습니다.
마침 주인 아주머니가 나와서, 더 필요한 것이 없으냐고 물었습니다. 할머니인데, 뭔가 세련된 느낌을 주셨습니다. 역삼은 분점이고 본점이 따로 있는데, 두 곳을 왔다 갔다 하시면서 직원들과 손님들을 챙기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 테이블에 오셔서 필요 한 것이 없으냐고 물어 보시길래, 파김치가 너무 맛있다고 하니 새로 가져다 주셨습니다.
하나 둘 멤버들이 모여들었고, 지난 회사와 지금 회사 이야기 그리고 이런 저런 가십거리를 쉴새 없이 떠들다 보니 어느새 밤이 늦었습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아마 1년후 그쯤이 되지 않을까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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