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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트렌드 중에 하나가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소확행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집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소소하게 느낄 수 있는 행복들을 편안하게 열거한 책 입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는 먹는 행복이란 것도 포함될 것 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압력 밥솥에서 밥 지어지는 냄새와 구수한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냄새를 맡으면 조금 있으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산울림의 어머니와 고등어란 노래도 아마 그런 맥락의 행복이 담긴 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이런 저런 이유로 점심을 굶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저녁 식사는 매우 중요하게 느껴지는 하루 행사가 되었습니다. 서두에 소확행을 들먹거린 것은 바로 이것 때문 입니다. 그래서, 뭔가 뻔한 식사보다는 추억의 맛 또는 그때 그때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주요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습니다. 눈도 오고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콩나물 밥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집 앞에 마트에서 콩나물 한 봉지와 돼지고기 갈은 것을 조금 샀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간단히 손발을 씻고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요리를 잘 못하지만, 가끔은 가족들을 위해서 음식을 하는 편 입니다. 와이프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 학교 생활 뒤치다꺼리 하느라 바쁘기 때문입니다. 

콩나물을 물에 간단히 씻었습니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물이 너무 차가웠습니다. 콩나물을 씻다가 손이 곱아 드는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대충 씻었습니다. 어차피 밥솥에서 지어질 것이니, 세균도 다 죽을 것 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빠르게 쌀도 씻었습니다. 요즘은 밥솥이 좋아서, 씻은 쌀 위에 콩나물을 얹기만 해도 됩니다. 콩나물이 익으면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원래 물 양보다 좀 적게 넣었습니다.

밥이 지어지는 동안, 양념장과 고기 볶음을 준비합니다. 우선 돼지 고기 갈은 것에 야채를 갈아서 넣었습니다. 그리고 소금 간을 했습니다. 양념장에 간장이 들어가니, 다른 밑간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음식 전문가가 아니니 틀려도 양해를……) 

양념장은 간장, 올리고 당, 고춧가루, 다진 파, 참기름을 넣고 잘 섞었습니다. 생명수 간장은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상당히 종교적인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전 종교가 없습니다. 우연히 어디선가 얻은 것 같습니다. 올리고 당은 이마트에서 구매한 PB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성 비를 중요시 여기는 편이라서, 노 브랜드 같은 상품을 즐겨 찾는 편 입니다. 섞는 비율은 눈대중입니다. 쿡 방을 보면, 양념장을 찍어서 맛을 보던데 전 그런 것을 잘 하지 못합니다(밥에다가는 비벼 먹으면서) 왠지 날로 먹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고명으로 넣어 먹을 청량고추도 몇 개 다졌습니다.

고기도 볶았습니다. 밑간이 하나도 안 들어가서 그런지, 고기가 허여멀건 한 것이 두부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밥이 다 되었습니다. 밥이 차지게 잘 된 것 같습니다. 역시 눈대중으로 해야 더 잘되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처가 집에서 얻어온 총각김치 통을 열었습니다. 아직 완전히 익지는 않았지만,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따끈한 밥을 한 숟가락 탁 퍼서, 총각 김치와 함께 먹을 생각을 하니 침이 꼴깍 넘어갔습니다. 몇 번이나 끓인 어묵 국도 한 그릇 퍼, 한 상을 차렸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반찬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핵심 반찬 한 두 개 있으면 군말 없이 잘 먹는 스타일입니다. 밥상이 작아서 촬영용으로 한 그릇만 올려보았습니다.

양념장을 잘 얹고, 청양고추를 팍팍 올려서 비벼보았습니다. 그리고 석박지를 하나 얹어서 한입 먹어 보았습니다. 제가 만들어서 그런지 더 맛있습니다. 한창 숙제에 열중하고 있는, 와이프와 아이들을 불러 모아서 먹습니다. 모두들 맛있게 잘 먹어 주니 이것도 소확행입니다. 대접에 두 그릇 먹고 나니 하루에 한끼 먹는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한번 먹는 것이니 조금 운동(숨쉬기 운동 및 자판 치기)을 하고 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아빠가 해준 콩나물 밥이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제가 해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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