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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철학 소재 중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로 유명합니다. 인간은 외로움을 피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격리되는 것을 싫어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의 저는 타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예전에는 출퇴근 시간에 아는 사람을 보게 되면, 반갑게 아는 척을 하고, 퇴근 시간이 되면 직장 동료 또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급적 출 퇴근 시간은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고, 누군가에 의해 방해 받는 것을 피하려는 마음이 생깁니다. 친구들과 약속 시간을 만드는 것도 꺼려집니다.
저는 배우자도 있고 자식들도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직장 동료들과 계속 교류를 하게 됩니다. 어쩌면, 아침부터 밤까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점점 사회적 동물에서 벗어나 외톨이가 되어가는가 싶어서 두렵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택트(Untact)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있다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그들과 대화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모습을 뜻합니다. contact라는 단어에 Un을 붙여서 접촉하고 싶지 않다는 뜻 입니다. 일각에서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개인주의 성향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맺는 인간관계가 이제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가 되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편의를 많이 봐주는데, 그들은 나를 그렇게 대해주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면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내가 그런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타인에게 그런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서 다시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됩니다. 인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나의 의지와 관계 없이 그 사람에게 맞춰주기 시작하고 그러한 대상이 늘어날수록 그 스트레스는 커지게 되는 것 입니다. 또한, 누군가에게 조언을 얻는 것도 스트레스가 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일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에 대해서 반응을 해줘야 하고, 정말 나를 생각해서 하는 이야기인지에 대해서 의심도 하게 되면 내가 왜 이러나 하는 마음까지 들기 때문에 가급적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한 산업이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판매 사업일 것 같습니다. 매장에 들어섰는데, “어떤 물건을 찾으시는지”, “이런 건 어떤지” 등등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불편해 집니다. 그냥 옷 가게가 있어서 들어갔는데, 무엇이 있나 둘러볼 것인데 점원이 옆에 붙어서 계속 따라다니면서 말을 하면, 그 점원에게 미안한 마음(꼭 사러 온 것은 아닐 수 있으니)이 들어 가게를 나가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점원을 찾으라고 해놓고, 고객이 찾기 전에는 말을 걸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었습니다.
백화점 같은 곳에 가면 예전에는 인포 데스크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인포 데스크 보다는 자동화 기기(지도가 있고, 터치를 하면 설명이 나오는 등)가 주로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양한 국가 언어까지 지원을 합니다. 일부 테이크 아웃 매장은 미리 상세 주문을 핸드폰으로 날려놓고 정해진 시각에 도착해서 주문한 물건을 받아만 갑니다. 또는, 매장 내에 점원을 통해서 주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통해(키오스크) 주문을 하고 물건을 받아 갑니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서 접촉할 일이 최소한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 입니다.
이런 부분들은 고객과 점원간의 실랑이가 발생할 일도 적어집니다. 그만큼 얼굴을 붉힐 일이 없다는 것 입니다. 직접 얼굴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편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문으로 남기기도 합니다. 물론 불편 사항에 대해서도 더 확실하게 표현하게 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표정관리 등 감정 노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행도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닌, 인적이 드물거나 한국 사람이 적은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산으로 들어가서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사람이 그리울 때까지 있고 싶은 마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것을 힐링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요즘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언택트와 관련된 기술들이 발달되기 시작하면, 문제점들도 발생하게 될 것 입니다. 이를 테면, 기계를 잘 다룰 줄 모르는 사람들 또는 관련된 문화를 잘 모를 사람이 구매를 시도할 경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 부분이 오히려 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그들이 구매를 할 기회를 줄이게 될 것 입니다. 또한, 접점에서 일하는 직업들이 사라지게 될 것 입니다. 아마존 고와 같이 마트에 캐셔가 필요 없어지게 되면, 그 일을 하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물론 트렌드에 의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지만, 그것은 트렌드에 익숙하고 또는 잘 적응하는 사람들만이 일자리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이러한 트렌드와 정반대도 새로운 시장으로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시대에서도 여전히 아날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선호합니다. 직접 접촉을 하지 않을 뿐,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계속 사람과 접촉을 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러한 것이 홍수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 입니다. 게임에서도 보이지만 않을 뿐, 타인과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엔 게임도 재미가 없습니다. 큰일 입니다. 밥 벌이가 재미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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