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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집에 맡겨 논 짐이 있어, 점심 쯤 목동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배가 출출해서 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주말 아침이라 늦잠을 잤더니, 아침을 거르게 되었습니다. 마침, 어제 과음을 했던 터라, 얼큰 뜨끈한 국밥이 생각이 났습니다.
저희 식구들은 국밥을 참 좋아합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데요. 사골 국물로 만든 국밥은 김치 하나 척~ 얹어서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니, 가급적 외식은 국밥을 하게 됩니다.
신정 네거리 남부 지검 근처에 돼지 국밥 집 '족보 있는 국밥' 으로 향했습니다. 체인점이긴 하지만, 내부도 깔끔하고 국물도 비린내가 없이 깔끔해서 자주 찾게 됩니다.
가게로 들어오는 길이 조금 애매하여, 자칫 지나 칠 수 있습니다. 남부 법원을 끼고 들어와서 세차장 있는 곳 사이길로 들어가야 가게가 보입니다.
골목이 크지 않기 때문에, 차량을 가져오는 경우 주차를 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이 집의 단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식사 시간이 좀 지난 점도 있고, 토요일이기 때문에 손님이 없이 한적합니다. 개인적으론 조용히 식사를 즐길 수 있으니 나쁘지 않습니다.
메뉴판은 주인장이 막 쓴 것처럼 보이는데요. 체인점에서 그렇게 나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쁘게 쓴 글은 아니다보니 다소 식별이 안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뭔가 정감이 느껴집니다.
일반 식사 류는 7천원부터 시작됩니다. 흰색 국물은 화이트 국밥, 얼큰한 맛은 레드 국밥이라고 불립니다. 여러 사람이 같이 온 경우,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수육도 한점 맛볼 수 있습니다.
저희는 화이트 국밥, 레드 국밥 그리고 고기 국수를 주문했습니다.
기본 찬이 나왔습니다. 사실 제 개인적으로 여기를 자주 오는 이유 중에 하나가, 오징어 젓갈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국밥과 오징어 젓갈이 잘 어울리겠는가? 하실 수 있으나 국밥 속 고기 위에 하나씩 얹어서 먹으면 맛이 좋습니다.
부추의 경우, 국밥이 나오자마자 바로 국물에 풀어서 먹어도 괜찮지만, 그냥 먹어도 맛소금 맛이 짭쪼름하게 괜찮습니다. 배가 고팠는지, 밥이 나오기 전에 반찬을 한번 리필 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국밥이 나왔습니다. 화이트 국밥인데요. 이 집 돼지국밥의 특징중에 하나가, 국밥안에 콩나물이 들어가 있습니다. (숙주인가요?) 새우젓과 부추를 넣으면 간이 됩니다.
국밥안에 고기는 주로 살코기로만 이뤄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비계를 별로 안좋아하다 보니, 이런 국밥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레드 국밥이 나왔습니다. 화이트 국밥 위에 빨간 고추 기름이 더 추가된 것 같습니다. 한 숟갈 국물을 먹어보니, 살짝 매콤 합니다. 연거푸 2-3숟갈 넘겼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어제 먹은 술이 조금 풀리는 느낌입니다.
고기 국수가 나왔습니다. 사골 국물에 부드러운 돼지 고기와 중면이 담겨 있습니다. 김가루가 솔솔 뿌려져서 나오니, 아이들이 떡국 같다고들 합니다.
국수 육수도 사골인데, 특별히 간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국밥들도 간을 많이 추가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고기와 면을 같이 집어서 후후 불어서 식혀준 뒤, 후루룩 한입 먹었습니다. 그리곤 깍두기를 한입 먹으니 아삭아삭 달달한 맛이 입안에 퍼집니다. 깍두기가 집에서 담근 것 같은 맛이 납니다.
역시 아들은 한그릇 뚝딱 국물까지 다 마셨습니다. 깨끗하게 먹었다고 칭찬을 해 줬습니다. 보통 집에서 밥 먹을 때, 잘 먹지 않아서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또래보다 키가 작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먹는 것에 많이 민감한데, 이렇게 깨끗하게 잘 먹으니 돈이 좀 들더라도 국밥을 자주 자주 먹이고 싶습니다.
주방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위생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겠죠? 지금 깍두기 담글 무우를 썰고 계십니다. 이 가게는 모든 반찬을 직접 담근다고 합니다.
장사라는게 쉬운게 아니다보니, 힘들고 지칠때마다 초심을 잃기 쉬운데요. 주방을 오가면서 입구에 크게 써져있는 '초심'이라는 글자를 보면서 마음을 계속 다지나 봅니다.
입구에 들어설 때 보이는 문구를 보니, 삐뚤 빼뚤 써있지만, 찾아와 준 고객들을 생각하는 주인장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영업을 하고, 일요일은 식자재 탐구 여행을 간다고 합니다. 전에 한번은 일요일에 먹으로 왔다가 허탕을 친적이 있습니다.
족보있는 국밥집의 돼지 국밥은 돈수백 보다는 500원 정도 더 비싸긴 하지만, 더 깔끔하게 나오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밥의 양이 좀 적습니다. 하지만, 국밥 안에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있어 여성분들은 추가로 밥을 먹지 않아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밥이나 소면(돼지 국밥에 넣어서 먹는)이 부족하면 원하시는대로 더 준다고 하니, 부담없이 말씀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돼지국밥은 원래 부산의 향토 음식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직 오리지널은 먹어본 적은 없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설명을 보면, 돼지 뼈로 육수를 내고 돼지고기 편육과 밥을 넣었다고 하는 것 보니 제가 먹은 것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또한, 밀양의 돼지국밥은 소뼈로 육수를 낸 국물에 돼지고기를 넣은 것이라고 합니다. 대구의 경우 순대국처럼 돼지 내장과 다양한 부속 부위를 넣었다고 하네요.
저는 돈수백 이라는 가게에서 파는 돼지 국밥을 처음 먹어봤기 때문에, 원래 돼지 국밥이 이러한 것인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명을 좀 찾아보니 '서울식 돼지 국밥'이라고 명명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부산까지 내려갈 일이 그리 많지 않다보니, 오리지널을 먹을 기회가 없는데요. 조만간 가족 여행을 가서 한번 먹어볼 요량입니다. 어떤 것이 더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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