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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년전쯤? 저는 문래동에 살았습니다. 당시 문래동은 아파트 단지도 있었지만, 많은 공장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습니다. 다닥다닥 구멍가게 마냥 작은 공장들이 공단마냥 붙어서 있었는데요. 제조업이 불황을 맞으면서 어쩔 수 없는 현상 일 수 있지만, 공장이 있던 자리에 얼마 전부터 카페 같은 것들이 공장 사이사이에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공장시절부터 노동자들의 가벼운 주머니와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맛 집들도 있었겠지만,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어 상권을 만들어내면서 문래동은 공장과 젊은 문화가 만나는 기묘한 공간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옛 추억이 묻어있기도 했지만,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한번은 가보고 싶었는데요. 항상 차를 타고 지나치기만 했었습니다. 만약, 차를 타고 지나치면서 마음에 드는 가게를 만났다면 들어갔을 테지만, 그 유명세만큼 가보고 싶은 가게를 만나지는 못했던 것이 아마도 더 컷을 것 같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어제는 차에서 내려, 문래동 안쪽으로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습니다. 원래는 문래동 돼지 불백이라는 가게에 가볼까 해서 차에서 내렸었는데. 가게 사잇길로 안쪽으로 뭔가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안쪽으로 좁은 골목길이 정말 오밀조밀 이어져 있었는데. 그 안은 마치 80년대 우리네 골목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매우 이색적이고 매력적인 가게들이 골목 사이사이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작은 공장들 사이에 파스타 집, 플라워 샵 등 그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신했습니다.
오후 5시쯤 이른 저녁이었지만, 온 김에 저녁을 먹을 요량으로 돌아다녔습니다. 마침 일요일이다 보니 문을 닫은 가게들이 좀 있었습니다. 최근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도 휴일은 쉰다. 하는 마인드를 가진 것을 자주 보는데요. 소비자로서는 좀 아쉽지만, 자영업자들도 휴식이 필요하기에 그런 부분은 이해해 주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건강과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충 가게들을 다 둘러보았는데요. 가게 안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는 가게가 눈에 띄었습니다. 동질감을 느낀 호랑이 띠 딸래미가 강력히 추천(?)을 해서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가게 이름은 ‘삼부리’였습니다.
이쪽 가게들의 대충 메뉴판 가격을 보자면, 요즘 다른 지역의 가게에 비해서 다소 저렴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임대료가 싼 편이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주변이 공장 지대이기 때문에 그런 것 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싸고 맛있는 음식을 싫어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 입니다.
삼겹살 돈부리의 약자인 듯, 모든 덮밥 류에 삼겹살이 들어갑니다. 그 외에 모듬 꼬치 튀김이 이 집의 주요 술 안주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 4식구는 작은 덮밥 4개(삼부리, 김삼부리, 불삼부리2)를 시키고, 사이드 메뉴로 스부타를 주문했습니다. 아이들이 탕수육도 좋아하기에…
내부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아담하면서 왠지 덮밥이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습니다. 보통 일식 집에는 복을 불러오는 고양이 인형이 있는데요. 이 집은 살아있는 고양이로 그런 분위기를 내고 있는 듯 했습니다.
기본 반찬은 가쓰오부시 국물 같은 것에, 장아찌가 전부였습니다. 날이 쌀쌀해서 그런지, 분식 집에서 먹을 수 있었던 국물이 입에
잘 맞았습니다. 아이들도 연신 국물을 맛있게 먹고 리필도 했습니다.
드디어 주문한 덮밥 류가 나왔습니다. 밥에 얇은 삼겹살이 푸짐하게 들어가 있었습니다. 불삼부리의 경우, 매콤하면서도 불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살짝 매콤하다 보니 매운 것을 잘 못 드시면 삼부리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았습니다. 삼부리의 경우 살짝 느끼 할 수 있다 생각이 되었는지 생강 절임도 곁들여져 나왔습니다.
김삼부리의 경우 달달하게 볶은 김치와 삼겹살이 어우러져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김치가 살짝 많이 단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저는 단 것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이죠. 만약 달달 한 김치 볶음을 좋아하신다면 선택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살짝 비벼서 첫술을 뜨면서 아쉬웠던 것은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온센다마고를 올릴 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덮밥 위에 올려 비벼 먹는 수란이라고 하는데요. 원래 이런 덮밥 류에 살짝 익은 노른자를 탁 터뜨려서 밥이랑 비벼먹으면 그 맛이 두 배 아니겠습니까? 다음에는 꼭 그렇게 먹어봐야겠습니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스부타가 나왔습니다. 스부타는 돼지고기 등심으로 만든 탕수육이라고 하는데요. 돼지고기 등심에 찹쌀가루를 묻혀 꿔바로우 처럼 튀겨 낸 음식이었습니다.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조금 독특하긴 했습니다. 맛이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고기가 조금 작은 것 같아서 일반 중국집 탕수육을 생각하신다면, 좀 부족하게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작은 가게에 마침 손님이 몰리고, 우리도 배가 좀 불러서 남아있는 스부타를 포장하기로 했습니다.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모듬 꼬치나 오뎅나베에 소주한잔을 기울여도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를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어서 조금 불편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래쪽 큰 길 건너편에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차를 가져왔다면 그 곳에 주차하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고층 건물들과 오래된 공장 건물들이 한 시야에 보이는 풍경을 보니, 앞으로 10년쯤 지나면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동네도 보기 힘들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이 풍경을 기억하면서, 변화된 세상을 느끼는 날이 오게 되겠죠?
집에 도착해서, 씻고 난 뒤 아이들과 함께 티브이를 보면서 맥주 한 캔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곤, 포장해온 스부타를 한입 먹었습니다. 보통 이런 튀김 류는 갓 튀겼을 때가 가장 맛이 좋은데요. 스부타는 식은 것이 더 맛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스도 더 달달하게 느껴졌습니다.
부인과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면서 맥주와 스부타를 먹으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잠들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좋은 친구들과 문래동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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