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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맞이하여, 집에만 있기가 좀 아쉬워 가족들과 함께 집 뒤편에 있는 국사봉에 올랐습니다. 길이 잘 닦여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기도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 가파르고 많은 계단이 있어서 중간쯤 오르다 보면 온몸에 열이 훅훅 올라옵니다. 정상에 올라가서 시원한 바람도 맞으며, 이런 저런 운동 기구들도 한번씩 건드려보고 했더니 출출함이 느껴졌습니다. 늦은 아침을 먹었지만, 열심히 운동을 해서 그런가 봅니다. 국사봉에서 내려와 신대방 삼거리 근처에 있는 성대 전통 시장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시장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주말만 되면 사람들과 차로 늘 붐비는 곳입니다. 이번처럼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차들도 그리고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 와중에 마을 버스까지 다니기 때문에 아이들 손을 꼭 잡고 다녔습니다.

성대 시장 중간쯤 갔을 때, 한쪽에는 홍콩반점 0410, 맞은 편에는 역전우동 0410 그리고 그 옆에는 빽다방이 있었습니다. 요즘 TV에서 요리 사업가로 한 백종원씨의 더본체인점들 입니다. 전략적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더본체인점이 한군데 몰려있는 것을 자주 봅니다. 아마도 주인이 같지 않나 싶습니다. 가게 이름에 왜 0410이 붙었나 했더니, 백종원씨의 아들 생일이 410일이라고 합니다. 가정적인 느낌도 있지만, 공적인 사항에 사적인 것이 좀 많이 개입된 것 같기도 합니다. 산에 올랐다 내려왔더니 따끈한 우동 국물이 당겨서 역전 우동으로 들어갔습니다. 맞은편 홍콩 반점의 짬뽕도 먹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역전 우동의 내부는 매우 깔끔하며, 소박합니다. 컨셉을 예전 역전에서 간단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우동과 덮밥을 그때 그 마음으로 제공한다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가 정류장에서 3분 정도 정차를 할 때 먹었던 가락국수가 생각이 납니다. 백종원씨의 체인점은 기본적으로 가성비가 매우 좋은 편 입니다. 요리 방송 프로를 보더라도, 뭔가 살짝 야매스럽지만(전문 쉐프들의 요리에 비하면) 그 맛은 일정 수준 이상 보장되는 레시피들을 많이 공개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입맛이 고급이 아니기 때문에, 가성비가 좋은 집들을 매우 선호하는 편 입니다.

역전 우동 한 그릇이 3천원입니다. 라면도 보통 3500씩 하기 때문에, 양이나 질적으로 떨어질지 모르겠다는 의구심도 생길 법 합니다. 가격의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합니다. 가격이 저렴한 식당에는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이 점점 기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주인은 어느 테이블에서 무엇을 시켰는지, 계산은 했는지 등등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고, 주문하는 사람도 카드냐 현금이냐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으니 서로가 좋은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4인 가족이 역전 우동 2, 얼큰 우동 2개 그리고 명란 미니 덮밥을 시켰는데 17000원이면 상당히 저렴한 편 입니다.

홍콩 반점에서 나오는 단무지도 이렇게 얇게 썰어져서 나옵니다. 아마도 냉동된 단무지를 대패 삼겹살 기계에 넣어서 써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랜차이즈 제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두꺼운 단무지보다 이런 얇은 단무지가 더 마음에 듭니다. 좀 더 아삭아삭하면서 부담이 없는 느낌이 입니다.

3천원짜리 우동치고는 매우 실합니다. 미역이 들어간 것이 조금 독특합니다. 파와 튀김 가루(?)도 매우 넉넉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국물을 한번 떠 먹어 보았는데, 마른 새우 향과 미역의 맛이 가득한 나름 괜찮은 육수입니다. 얼큰 우동은 기본 우동에 가쓰오부시와 양념장이 들어가 있습니다. 양념장은 얼마 전 강식당에서 백종원씨가 알려준 라면 양념장 같습니다. 적당히 얼큰한 것이 입에 잘 맞습니다.

사이드메뉴로 시킬 수 있는 명란미니 덮밥 입니다. 2천원짜리인데 나름 명란젖이 많이 올라가 있습니다. 비벼서 한입 먹어 보았는데, 살짝 매콤하면서 짭쪼름한 명란 알 맛도 잘 납니다. 저도 아이들도 국물까지 가볍게 훌훌 잘 먹고, 식기를 반납했습니다. 거대하게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쌀쌀한 날씨에 출출한 속을 뜨끈하게 달래주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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